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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시인 '우주적인 안녕' 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수상





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하재연 시인의 '우주적인 안녕'이 선정됐다. '2020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는 김재현씨의 '마지막 조련사'가, 시 부문에는 금희숙씨의 '포노 사피엔스'가 선정됐다.  

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은 예심위를 거친 시집 10편이 본상 후보에 올랐다. 2020 영남일보 문학상에는 시 2천268편과 단편소설 225편 등 2천493편이 접수됐다.

(사진 - 하재연 시인)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예심은 김이듬·정한아 시인, 고봉준 문학평론가가, 본심은 최정례 시인, 이경수·조재룡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2020 영남일보 문학상 예심은 류인서·이향 시인(시 부문), 김진규·백가흠 소설가(소설 부문)가, 본심은 나희덕 시인·홍정선 문학평론가(시 부문), 권지예·김별아 소설가(소설 부문)가 각각 맡았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빛에 관한 연구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 촛불의 빛은 어떻게 되는지

일요일의 흰빛이 월요일 쪽으로 사라져갈 때

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돌고 있는 밤을 생각한다.

지구는 그때부터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지겠지.

굿바이,

하고 인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말로 우주적인 회전을 하게 될 것이다.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

그도 빛과 함께 사라져서,

우주적인 안녕을 해야만 했고

나는 다시

먼지처럼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가,

쓱 닦이곤 했다.

흘러넘쳤던 빛의 입자들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다 생각난 듯 한 번 반짝였다.

그러고 나서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음이 되어

세계의 투명한 공기를 짙게 한다.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에 촛불이 어떻게 되는지"―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하재연 시인은

1975년생. 2002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는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이 있다.






[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심사평


"사라짐·어긋남에 대한 우주적 감각, 성찰의 시선 열어줘"



예심을 거쳐 올라온 등단 10~20년차 시인들의 시집 10권은 다채롭고 풍요로운 상상력,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의 시선을 보여주는 좋은 시집들이었다. 독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를 읽는 설렘과 기쁨에 흠뻑 빠져들었음을 새삼 고백해야겠다.

좋은 시집이 많았던 만큼 심사 과정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본심에서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된 시집은 네 권이었다.

각자 개성이 다르고 이미 탁월한 경지에 오른 시집들 중에서 단 한 권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고르는 일은 즐겁다기보다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신동옥의 '밤이 계속될 거야'는 짧은 시가 보여주는 밀도와 긴 시가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와 진중한 사유가 균형을 이룬 시집이다. 삶의 체험이 녹아 있는 자리가 특히 매력적이었고 사회적 상상력으로 확장되는 시선에서 깊이가 느껴졌다.

임경섭의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와 스타일이 매력적인 시집이다. 시에서 서사를 활용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큰 줄기의 서사에서 묘하게 다른 감각으로 포착한 소소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정다운의 '파헤치기 쉬운 삶'은 강렬한 정동을 내뿜고 있다. 일상에 만연한 허위와 폭력과 위선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파헤침으로써 당혹스러움이 매혹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준다.

하재연의 '우주적인 안녕'은 사라짐과 어긋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가며 우주적으로 확장해, 인간을 성찰하는 개성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이 땅에서의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나아간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우주적 상상력과 우주적 시선이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성찰의 시선을 열어주고 있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두 시간 가까이 심사숙고한 끝에, 첫 시집부터 지속적으로 우리 시의 새로운 감각을 예민하게 확장하며 개성적인 시세계를 구축해 온 하재연의 세 번째 시집 '우주적인 안녕'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두 개의 영혼 사이에서 부서지는 인간의 마음'을 겪은 시의 주체가 '희미한 빛'(화성의 공전)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하재연 시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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